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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O O K/Book Review

일하는 마음 - 제현주

by Daisy Lee 2021. 9. 9.

내게 있는 디딤돌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힘을 신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한 번 전환을 감행해 시작한 일을 잘 해내지 못할까 두려울 때면 그 두려움을 알맞은 긴장감으로 돌려놓으려 애쓰기도 했고요.

P10

내가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왜’ 그 일을 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P12

내가 온 몸으로 뚫고 통과했던 시간과 그 시간 동안 체득한 앎을 따로 떼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P25

누가 어떤 질문을 해오든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잘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은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서, 그 자채로 순수하게 즐거운 감각이다. 그러고보니 더 나이 들기 전에 그렇게 자신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뭐, 다른 비결은 없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이는 것, 그게 글쓰기든 요리든 달리기든 그림 그리기든 무엇이든. 시간을 들인 효과는 누구보다 자신이 알게 된다.

P25-26

한 때는 내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고 착각했고, 어떤 애는 내가 하는 일이 너무도 무의미하고 심지어 부끄러운 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 괴롭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일의 바깥에서 내 좌표를 놓고 나서야, 그 일이 세상의 다른 모든 일과 그리 다르지 않을 만큼의 의미와 무게로. 어떤 과장이나 비하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나와 너무 가까운 것에 대해 담담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 나를 떼어내고 바라보는 대 서투르다. 우리는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 나를 떼어내고 바라보는 데 서투르다. 그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해 그렇듯, 늘 그것을 지나치게 포장하거나 지나치게 낮추어 보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일을 더 큰 그림 안에서 바라보려면, 그 일의 여러 층위와 의미를 다면적으로 이해하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리다. 일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일 자체를 보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때만이 나 자신도 온전히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P28

무엇을 중심으로 내 과거를 이야기로 엮을지는 내 선택이다. 내 이야기에 대한 편집권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

P30

내가 여자라서 불리한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어떤 선택들을 해왔는지, 그런 선택이 가능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도 직시하게 되었다. 내가 심각한 차별을 겪지 않았다면, 세상에 그런 차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나마 차별이 적은 환경만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P35-36

잘하고자 하는 욕망은 대게 우리를 더 걱정하게 만들 뿐 부담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에서 주의를 거두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행위에 집중하고 불안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P40-41

해야하는 일, 하기로 마음 먹은 일이 감당할 수 없는 과업이라는 느낌이 몰려올 애가 있다. 내가 노력해서 만들 수 있는 범위는 언제나 매우 제한적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빨리 잘하자는 마음이지만, 그 결심이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비장함 같은 것은 아니다.

P45-46

모든 삶에는 빠진 구석이 있고, 또 그 덕에 채워진 구석이 있다. 모든 삶에는 부러운 점이 있지만 나름의 어려운 점도 있다. 다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붙들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버리거나 견뎌야 한다. 내가 이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다 해도, 크게 다른 삶을 살았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나라는 사람은 모두가 그렇듯 이런 식으로 생겨먹어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선택들에 그토록 조바심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나온 시간에 조금쯤 애잔한 마음이 드는 이유다.

P78

빌은 내가 약한 부분에 강하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할 때 완전하다. 우리 둘은 각각 필요한 것의 절반은 바깥세상에서 얻고 나머지 절반은 서로에게서 얻는다.

P126

계속 하다 보면(언제나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 이르게 되는 어떤 경지가 있다. 당장의 ‘잘함’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들인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리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다).

P127

전문성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인정이라면, 탁월함은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통해 스스로 쌓아가는 역량이다.

P166

즐거움은 탁월함의 다른 이름이다. 무엇이 즐거운지는 나만이 정할 수 있고, 탁월함 또한 그렇다.

P173

일자리를 구하려면 특별한 행운이 따라야 하고,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경로가 아니게 되었을 때,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성원권의 그 조건들이 사람들을 불안과 무력감으로 밀어 넣는다.

P193

우리는 직장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없으며, 하고 싶은 일보다는 위계가 요구하는 일을 해야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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